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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EF2014]나영석PD "폐를 끼쳐야 관계가 형성되고 발전"
입력시간 | 2014.10.30 17:36 | 양승준 기자 kran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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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남성에 폐를 끼치는 여성이 돼라.”
나영석 CJ E&M PD가 여성의 사회적 성공을 위해 남성과의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강조했다.
“지금 이 사회에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한정적이고 남성이나 여성의 개별 성향만으로는 일을 잘 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변 사람의 힘을 빌리고 싶으면 남에게 폐를 끼쳐야 하는데 여성들은 이 부분이 약한 것 같다”며 한 말이다.
나 PD는 30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세계여성경제포럼(WWEF)2014’ 세 번째 세션에서 ‘맺고 끊고 채우고 다진다’란 주제로 강연하며 “여성들은 특히 ‘남성에 왜 폐를 끼쳐야 해’라고 미안해하고 민감해한다”며 “하지만 폐 끼침을 반복해야만 그 안에서 관계가 형성되고 발전한다”고 조언했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관리자급으로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히는 것도 관계 맺기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나 PD는 이를 고양이의 특성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남성들이 서로 으르렁대다 가도 개처럼 함께 일을 추진해 성과를 낸다면, 혼자서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 걸 즐기는 여성의 성향에 대한 비유다.
나 PD는 “주위에서 정말 개인적인 업무 능력에서는 칭송받던 여성 동료가 관리자로 올라서는 문턱에서 헤매다 고꾸라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며 “혼자서만 일을 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7년 차 정도까지고 관리자급으로 가면 내 일이 아닌 분배와 관리 등 관계 맺기와 소통이 주 업무가 돼 벽에 막히더라”고 안타까워했다.
나 PD는 자신의 예를 들어 “상대에게 폐를 끼치며 관계를 쌓아가는 건 무엇보다 나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코너 ‘1박2일’을 1665일간 이끌며 배운 깨달음이다. 나 PD는 ‘1박2일’과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시리즈 등을 함께 한 이우정 작가 얘기를 꺼냈다. “방송은 여성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직관 같은 여성의 시각이 꼭 필요한데 난 그게 없다”며 “이때 이 작가의 힘을 빌리고 ‘대신해줘’라며 철저히 폐를 끼친다”며 웃었다. 나 PD는 특히 “이 작가의 직관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대신 자신이 지닌 논리적인 힘을 이 작가와 주고받으며 작업에 시너지를 낸다는 것.
나 PD가 작업실 칠판에 ‘사람이 전 재산이다’라고 적어둔 것도 같은 이유다. 나 PD가 12년 머문 KBS란 안전한 울타리를 떠나 2013년 CJ E&M으로 둥지를 옮긴 모험을 하는 데도 사람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나 PD는 “‘1박2일’ 등에서 날 이끌어준 이명한 PD와 이 작가 등과의 협업에서 누렸던 흥분과 설렘을 이어가고 싶었다”고 이직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하다”며 “부족한 내 힘만으로만 이루려 하지 말고 주변의 힘을 빌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밀어붙인다고 관계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의미있는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권위를 내려놓는 일이 필요하다. 나 PD는 “누구에게든 편견 없이 배워라”며 “나도 조연출에 많은 걸 배웠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 하나는 있다. 이를 창피해하지 마라”는 얘기도 했다. 작업실 칠판에 ‘까불지 말자’라는 글도 적어둔 것도 이 때문이다.
나 PD는 더 나아가 이상적인 관계의 탐색 방법으로 ‘좋은 바텐더’를 꼽았다. 손님들의 취향을 일일이 기억해 그에 맞는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게 좋은 바텐더다. 혼자 온 손님이 지루해하지 않을 정도로 말을 걸 줄도 알고, 귀찮아하지 않을 정도로 말을 아낄 줄 아는 소통 능력도 지녀야 한다. 이때 바는 술을 파는 공간이 아닌 지친 이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휴식처가 된다.
나 PD는 “직업인과 장인의 경계는 여기서 갈린다”고 봤다. 기술의 완벽함만 고민하는게 직업인이라면 그 기술로 소통을 고민하는 게 장인이라는 설명이다. 나 PD는 “이런 관계의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 하나의 직업은 그 자체로 우주가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