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여성포럼2013]"최대 난관은 육아…여성연대 시대 열자"
입력시간 | 2013.11.13 10:00 | 김재은 기자 aladin@edaily.co.kr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WWEF공동 의장 인터뷰
부부 협조 필수적..재택근무 등 경력단절 보완책 필요
고유의 브랜드 만들고 여성 네트워크 구축해야
부부 협조 필수적..재택근무 등 경력단절 보완책 필요
고유의 브랜드 만들고 여성 네트워크 구축해야
[이데일리 김재은 이지현 기자] .그녀는 7남매 중 넷째다. 언니 오빠들의 시행착오를 옆에서 지켜보며, 동생들과의 중간다리 역할을 자처하며 자연스레 그녀는 자립심 강한 사람으로 자랐다.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깨달은 그녀는 싸우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지켜내는 지혜를 얻게 됐다.
. 26살에 한 집안의 장남과 결혼한 그녀는 본인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어려움에 부닥쳤다. 이때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대가족제도 아래 제사며, 집안일이며, 학교 일이며 정신없던 그녀와 시어머니의 중재자 역할을 남편이 자처한 것이다. 물론 그녀는 밤잠을 줄여가며 박사학위 공부를 해야 했다.
빨강 노랑 단풍이 알록달록 물든 11월의 어느 날.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이배용 원장을 만났다. 그녀는 28일 이데일리가 개최하는 세계여성경제포럼(WWEF)2013의 공동의장이기도 하다. 선도적인 여성 리더인 그녀는 무엇보다 ‘휴머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휴머니즘이란 인류애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닌 배려와 협력, 공동체 의식이다.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녀도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일과 ‘육아’의 양립이 가장 어려웠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슈퍼우먼이 돼야 하고,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단, 여성이어서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동등한 기회는 전제조건이다.
◇ 유일무이한 ‘브랜드’ 돼라
“세계 속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어요. 한류 영향으로 스타 이름까지 알고 있을 정도죠. 여성대통령도 탄생하고, 여성의 사회진출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정관념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이 원장은 기존 남성위주의 고정관념과 사회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여성이어서 잘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여성들이 프로의식을 갖고 실력을 갖춰 고유의 단일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가 가진 최대한의 기량을 발휘해야 해요. 브랜드 가운데 최고의 전략은 소비자에게 경쟁자가 있다는 것 자체를 잊게 하는 것이죠. 이는 무조건적인 신뢰와 호감이 있어야 가능하죠.”
프로의식, 실력과 함께 책임의식은 필수다. 사회에 대한 책임, 국가에 대한 책임, 시대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여성 리더로서 큰 책임의식이 있다. 능력 있는 많은 여성이 함께 갈 수 있도록 길을 넓혀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틈나는 대로 좋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되도록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 중이다.
◇ 최대 난관은 ‘육아’…외조는 필수
그녀도 일과 육아의 양립이 가장 어려웠다. 예나 지금이나 가정에 함몰되면 나와서 일을 못하고, 가정을 소홀히 하고 나오면 일터에서 당당하지 못하게 되는 탓이다. 이를 뚫기 위해서는 두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석사를 마치고 바로 결혼한 그녀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아들 둘을 낳았다. 첫 아이를 낳고는 1년간 육아휴직을 했고, 이후에는 시간강사를 하며 워킹맘으로 지냈다. “무엇보다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정서가 필요해요. 여성과 남성이 휴머니즘 차원에서 어려울 때 거들어주고, 서로 함께하는 가족 공동체가 꼭 필요하죠.” 그녀는 ‘역지사지( 易地思之)’의 가치관을 가진 남편 덕에 서로 협력하며 난관을 잘 극복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차세대 여성 리더에게 결혼과 출산, 육아는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원장은 “결혼에 대한 이상을 가지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같아서는 결혼해서 힘들고, 부담이 되니까 안 하려고 한다”며 “본인도 노력해야겠지만, 국가나 사회가 여성이 가진 부담을 덜어주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따뜻하고 온화한, 엄마같이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보육시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지 보육시설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정서’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여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어요. 여성의 경력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아직 비정규직 비중도 높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희생되고, 퇴출당하는 1순위가 여성인 것도 현실이지요.”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출산 이전의 현장으로 복귀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만큼 ‘재택근무’ 활성화 등 세심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20세기엔 어머니, 할머니, 누나가 남성을 밀어줬다면, 21세기는 여성의 잠재력을 키우며 경쟁력을 높이는 게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그녀는 확신한다.
◇ ‘여성 연대’ 상생으로 함께 가야
이 원장이 생각하는 여성의 강점은 ‘섬세함’이다. 어머니 같은 섬세함과 부드러운 포용심을 갖춘 데다 결정적인 순간 강인해지는 게 여성이다.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구성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들이 결집하는 힘이 약한 건 사실이다. 오죽하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나왔을까. 하지만 혼자 잘 사는 것은 지속력이 약하다. 외롭고 힘들기까지 하다.
때문에 이 원장은 여성의 연대, 상생의 공동체를 제안하고 있다. “담대하게 대범하게 잘 나가는 여성은 응원하고, 아직 뒤에서 따라오는 여성은 손잡아서 끌어줘야 합니다. 서로 품어주는 공동체를 각자 해나가다 보면 동그라미가 계속 모여서 큰 동그라미가 되고, 결국은 세계를 이어가는 큰 원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은 때에 여성포럼을 통해 나의 성공뿐 아니라 함께 성공을 나누고, 타인의 삶을 통해 더 많은 자신감을 가질 기회로 만들고픈 게 이 원장의 바람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마지막까지 남는 건 결국 진솔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고, 이 부분을 여성들이 채워주자는 생각이다.
“권력은 내려올 때가 있고, 돈도 세상을 떠날 때는 놓고 가야 하죠. 그런데 사람을 기억하는 마음은 항상 이어지는 거에요.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그러했듯 여성이 유리해지는 세상에 여성이 더 품어줬으면 해요. 남성들이 아직까지 못한 세상의 평화를 이루는 가장 적극적인 마음인 것이죠.”
그녀는 여성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유리천장을 깨뜨리며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구태 관습과 대립하려고만 하면 함몰될 수 있어요. 여성들이 참신성과 미래지향성을 갖고 시대의 판을 읽어 세계 여성지도자에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원장의 말처럼 역사 속에서도, 취약한 환경에서도 여성 리더들은 늘 존재해 왔다. 이제 여성들이 뭔가 다른 세계를 열어 보일 때다.
△그녀는 누구?
이배용 원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서강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한국사상사학회, 한국여성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회장, 이화여대 총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건양대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지난 10월부터는 16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에서 ‘글로벌 리더십상’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전국여성대회에서 ‘김활란 여성지도자상’을 ,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한국 사회사상사’, ‘한국사의 새로운 이해’, ‘한국 여성 속의 여성들’, ‘Women in Korean History’ 등이 있다.
. 26살에 한 집안의 장남과 결혼한 그녀는 본인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어려움에 부닥쳤다. 이때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대가족제도 아래 제사며, 집안일이며, 학교 일이며 정신없던 그녀와 시어머니의 중재자 역할을 남편이 자처한 것이다. 물론 그녀는 밤잠을 줄여가며 박사학위 공부를 해야 했다.
빨강 노랑 단풍이 알록달록 물든 11월의 어느 날.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이배용 원장을 만났다. 그녀는 28일 이데일리가 개최하는 세계여성경제포럼(WWEF)2013의 공동의장이기도 하다. 선도적인 여성 리더인 그녀는 무엇보다 ‘휴머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휴머니즘이란 인류애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닌 배려와 협력, 공동체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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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무이한 ‘브랜드’ 돼라
“세계 속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어요. 한류 영향으로 스타 이름까지 알고 있을 정도죠. 여성대통령도 탄생하고, 여성의 사회진출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정관념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이 원장은 기존 남성위주의 고정관념과 사회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여성이어서 잘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여성들이 프로의식을 갖고 실력을 갖춰 고유의 단일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가 가진 최대한의 기량을 발휘해야 해요. 브랜드 가운데 최고의 전략은 소비자에게 경쟁자가 있다는 것 자체를 잊게 하는 것이죠. 이는 무조건적인 신뢰와 호감이 있어야 가능하죠.”
프로의식, 실력과 함께 책임의식은 필수다. 사회에 대한 책임, 국가에 대한 책임, 시대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여성 리더로서 큰 책임의식이 있다. 능력 있는 많은 여성이 함께 갈 수 있도록 길을 넓혀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틈나는 대로 좋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되도록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 중이다.
◇ 최대 난관은 ‘육아’…외조는 필수
그녀도 일과 육아의 양립이 가장 어려웠다. 예나 지금이나 가정에 함몰되면 나와서 일을 못하고, 가정을 소홀히 하고 나오면 일터에서 당당하지 못하게 되는 탓이다. 이를 뚫기 위해서는 두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석사를 마치고 바로 결혼한 그녀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아들 둘을 낳았다. 첫 아이를 낳고는 1년간 육아휴직을 했고, 이후에는 시간강사를 하며 워킹맘으로 지냈다. “무엇보다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정서가 필요해요. 여성과 남성이 휴머니즘 차원에서 어려울 때 거들어주고, 서로 함께하는 가족 공동체가 꼭 필요하죠.” 그녀는 ‘역지사지( 易地思之)’의 가치관을 가진 남편 덕에 서로 협력하며 난관을 잘 극복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차세대 여성 리더에게 결혼과 출산, 육아는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원장은 “결혼에 대한 이상을 가지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같아서는 결혼해서 힘들고, 부담이 되니까 안 하려고 한다”며 “본인도 노력해야겠지만, 국가나 사회가 여성이 가진 부담을 덜어주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따뜻하고 온화한, 엄마같이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보육시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지 보육시설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정서’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여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어요. 여성의 경력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아직 비정규직 비중도 높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희생되고, 퇴출당하는 1순위가 여성인 것도 현실이지요.”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출산 이전의 현장으로 복귀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만큼 ‘재택근무’ 활성화 등 세심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20세기엔 어머니, 할머니, 누나가 남성을 밀어줬다면, 21세기는 여성의 잠재력을 키우며 경쟁력을 높이는 게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그녀는 확신한다.
◇ ‘여성 연대’ 상생으로 함께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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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 원장은 여성의 연대, 상생의 공동체를 제안하고 있다. “담대하게 대범하게 잘 나가는 여성은 응원하고, 아직 뒤에서 따라오는 여성은 손잡아서 끌어줘야 합니다. 서로 품어주는 공동체를 각자 해나가다 보면 동그라미가 계속 모여서 큰 동그라미가 되고, 결국은 세계를 이어가는 큰 원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은 때에 여성포럼을 통해 나의 성공뿐 아니라 함께 성공을 나누고, 타인의 삶을 통해 더 많은 자신감을 가질 기회로 만들고픈 게 이 원장의 바람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마지막까지 남는 건 결국 진솔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고, 이 부분을 여성들이 채워주자는 생각이다.
“권력은 내려올 때가 있고, 돈도 세상을 떠날 때는 놓고 가야 하죠. 그런데 사람을 기억하는 마음은 항상 이어지는 거에요.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그러했듯 여성이 유리해지는 세상에 여성이 더 품어줬으면 해요. 남성들이 아직까지 못한 세상의 평화를 이루는 가장 적극적인 마음인 것이죠.”
그녀는 여성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유리천장을 깨뜨리며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구태 관습과 대립하려고만 하면 함몰될 수 있어요. 여성들이 참신성과 미래지향성을 갖고 시대의 판을 읽어 세계 여성지도자에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원장의 말처럼 역사 속에서도, 취약한 환경에서도 여성 리더들은 늘 존재해 왔다. 이제 여성들이 뭔가 다른 세계를 열어 보일 때다.
△그녀는 누구?
이배용 원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서강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한국사상사학회, 한국여성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회장, 이화여대 총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건양대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지난 10월부터는 16대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에서 ‘글로벌 리더십상’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전국여성대회에서 ‘김활란 여성지도자상’을 ,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한국 사회사상사’, ‘한국사의 새로운 이해’, ‘한국 여성 속의 여성들’, ‘Women in Korean History’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