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세계여성포럼]"여성의 성공 위해선 복지가 필수"
입력시간 | 2012.10.17 08:16 | 김혜미 기자 pinnster@edaily.co.kr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 인터뷰
"여성리더 육성하려면 복지정책 뒷받침돼야"
"스스로 자신의 길 선택하는 여성 격려한다"
"여성리더 육성하려면 복지정책 뒷받침돼야"
"스스로 자신의 길 선택하는 여성 격려한다"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나는 반드시 할로넨 대통령에게 투표할 겁니다. 그는 보통 시민들과 가깝거든요. 그는 평균적인 핀란드 사람이고 내가 원하는 대통령입니다”
지난 2006년 핀란드 대통령 선거 당일, 27세의 여성 근로자 얀느 라실라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이미 한 차례 대통령직을 수행한 뒤였지만 정파에 휩쓸리지 않는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의 인기는 여전히 높았고, 현지 언론들의 관심사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가 아닌 ‘할로넨 대통령이 과연 어느 정도의 표차로 승리할 것인가’였다. 재임 당시 그의 지지율은 80%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핀란드 첫 여성 대통령, 국민 엄마로 불리는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nen) 전 대통령에게 높은 인기의 비결을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까.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사회복지 확대’나 ‘소수자 인권보호’ 등의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돌아온 그의 대답은 “모르겠다”였다. 다만 이렇게는 덧붙였다. “아마도 진정한 프로다운 기술(skill)과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람, 이 두 가지의 결합이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 “유리 천장, 동료들의 도움으로 극복”
할로넨 전 대통령의 업적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많다. 재임 시절 핀란드는 국가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국제비교(PISA) 1위, 환경지수 1위 등의 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오랜 기간에 걸친 핀란드의 공교육 개혁은 많은 나라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핀란드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할로넨 전 대통령도 유리천장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능력 배양과 열린 마음, 유머감각을 꼽는다. “유리천장을 뜷을 수 있는 방법은 열심히 일하는 것, 그건 다시 말해 나 자신을 유능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내가 받는 비판을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유머도 사용해야겠죠.”
그 역시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미혼모로서 처음 딸을 낳았던 1978년 말은 그에게 너무도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고, 출산한 지 4개월 만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지금은 출산이나 육아 휴가가 1년 정도 되고, 전업주부나 부모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은 합법적인 권리”라며 상황이 많이 나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인식이 변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주지시킨다. 그는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받았던 질문도 ‘가족들과 얼마나 시간을 갖느냐’였다”라며 “일과 가족을 결합하는 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도전이고, 가까운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 “소수자 인권 보호, 마음 열고 정직해져라”
할로넨 전 대통령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설명은 바로 ‘소수자들의 대변인’이란 수식어다. 그는 헬싱키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노동조합 변호사를 지냈고,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사회복지와 남녀평등, 소수자 인권보호 등에 앞장섰다. 1980년대에는 남성동성연애자협회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소수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마음을 열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대중들의 의견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 모두에 마음을 열고 정직해져야 한다”며 “널리 퍼져있는 진실은 편견이 틀렸다고 말해준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법률과 태도를 바꾼지 오래”라고 말했다.
“동성애 문제는 인권에 속해 있습니다. 핵심 이슈 중 하나죠. 성소수자들도 삶의 질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두 명의 성인이 자유 의지와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관계를 형성한다면 사회는 이를 통제할 어떤 관심도 갖지 않을 겁니다. 그것이 내가 인구개발국제회의(ICPD) 고위급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여성리더 배출되려면 복지 강화 필수”
‘여성으로서 성공했다’고 말하려면 어느 정도까지 올라야 가능한 것일까. 이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성공하지 않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한 나라의 대통령직을 12년간 수행했지만 그것이 성공이라고 단언하진 않는다. 그는 “여성의 성공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며 “아마도 일과 활동을 통해 얻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느낌과 만족감이 성공을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리더가 더 많이 배출되기 위해선 더 많은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유럽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도 복지국가였기 때문이라는 것. 복지가 남성과 여성을 평등한 조건에서 출발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세계경제포럼(WEF)은 핀란드를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경쟁력있는 나라로 꼽았습니다. 핀란드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의 고용률은 68% 정도입니다. 남성만 일을 한다면 핀란드는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고,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못할 겁니다.”
자신처럼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을 할로넨 전 대통령은 힘껏 응원한다. “모두가 스스로 각자의 길을 선택합니다. 저는 그들을 격려하고 싶습니다.”
◇She is..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은 헬싱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 핀란드 노동조합 중앙본부 변호사로 재직했으며 1974년에는 총리실 의회담당 비서를 지냈다. 1977년 헬싱키 시의회 의원에 올랐으며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의회 사회분과위원회 위원장을,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사회복지장관, 1990년부터 1991년까지 법무장관을 지냈다. 특히 1989년부터 1991년까지는 북유럽협력부장관을 겸임했다. 지난 2000년 3월 첫 핀란드 여성 대통령에 올랐고 2006년 재선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인구개발국제회의(ICPD) 고위급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6년 핀란드 대통령 선거 당일, 27세의 여성 근로자 얀느 라실라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이미 한 차례 대통령직을 수행한 뒤였지만 정파에 휩쓸리지 않는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의 인기는 여전히 높았고, 현지 언론들의 관심사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가 아닌 ‘할로넨 대통령이 과연 어느 정도의 표차로 승리할 것인가’였다. 재임 당시 그의 지지율은 80%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핀란드 첫 여성 대통령, 국민 엄마로 불리는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nen) 전 대통령에게 높은 인기의 비결을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까.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사회복지 확대’나 ‘소수자 인권보호’ 등의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돌아온 그의 대답은 “모르겠다”였다. 다만 이렇게는 덧붙였다. “아마도 진정한 프로다운 기술(skill)과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람, 이 두 가지의 결합이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 “유리 천장, 동료들의 도움으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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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할로넨 전 대통령도 유리천장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능력 배양과 열린 마음, 유머감각을 꼽는다. “유리천장을 뜷을 수 있는 방법은 열심히 일하는 것, 그건 다시 말해 나 자신을 유능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내가 받는 비판을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유머도 사용해야겠죠.”
그 역시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미혼모로서 처음 딸을 낳았던 1978년 말은 그에게 너무도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고, 출산한 지 4개월 만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지금은 출산이나 육아 휴가가 1년 정도 되고, 전업주부나 부모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은 합법적인 권리”라며 상황이 많이 나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인식이 변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주지시킨다. 그는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받았던 질문도 ‘가족들과 얼마나 시간을 갖느냐’였다”라며 “일과 가족을 결합하는 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도전이고, 가까운 사람들의 이해가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 “소수자 인권 보호, 마음 열고 정직해져라”
할로넨 전 대통령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설명은 바로 ‘소수자들의 대변인’이란 수식어다. 그는 헬싱키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뒤 노동조합 변호사를 지냈고,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사회복지와 남녀평등, 소수자 인권보호 등에 앞장섰다. 1980년대에는 남성동성연애자협회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소수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마음을 열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대중들의 의견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 모두에 마음을 열고 정직해져야 한다”며 “널리 퍼져있는 진실은 편견이 틀렸다고 말해준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법률과 태도를 바꾼지 오래”라고 말했다.
“동성애 문제는 인권에 속해 있습니다. 핵심 이슈 중 하나죠. 성소수자들도 삶의 질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두 명의 성인이 자유 의지와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관계를 형성한다면 사회는 이를 통제할 어떤 관심도 갖지 않을 겁니다. 그것이 내가 인구개발국제회의(ICPD) 고위급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여성리더 배출되려면 복지 강화 필수”
‘여성으로서 성공했다’고 말하려면 어느 정도까지 올라야 가능한 것일까. 이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성공하지 않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할로넨 전 대통령은 한 나라의 대통령직을 12년간 수행했지만 그것이 성공이라고 단언하진 않는다. 그는 “여성의 성공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며 “아마도 일과 활동을 통해 얻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느낌과 만족감이 성공을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리더가 더 많이 배출되기 위해선 더 많은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유럽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도 복지국가였기 때문이라는 것. 복지가 남성과 여성을 평등한 조건에서 출발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세계경제포럼(WEF)은 핀란드를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경쟁력있는 나라로 꼽았습니다. 핀란드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의 고용률은 68% 정도입니다. 남성만 일을 한다면 핀란드는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고,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못할 겁니다.”
자신처럼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을 할로넨 전 대통령은 힘껏 응원한다. “모두가 스스로 각자의 길을 선택합니다. 저는 그들을 격려하고 싶습니다.”
◇She is..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은 헬싱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 핀란드 노동조합 중앙본부 변호사로 재직했으며 1974년에는 총리실 의회담당 비서를 지냈다. 1977년 헬싱키 시의회 의원에 올랐으며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의회 사회분과위원회 위원장을,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사회복지장관, 1990년부터 1991년까지 법무장관을 지냈다. 특히 1989년부터 1991년까지는 북유럽협력부장관을 겸임했다. 지난 2000년 3월 첫 핀란드 여성 대통령에 올랐고 2006년 재선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인구개발국제회의(ICPD) 고위급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